2024 회고

조금은 평범하게 지나갈 줄 알았던 내 사회생활 첫 해가 꽤나 다사다난하게 지나갔다.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힘든 해였지만 돌아보면 정말 만족스러운 해가 되었다. (원래 힘들면 힘들수록 미화되는 법 -)
 

2024 세웠던 목표

정말 러프하게 잡았다. 근데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니 하하

 

2024 목표 - 1. 하루를 여유롭게 쓰지 말기 ⚠️

하루를 여유롭게 쓰지 말자는 목표는 굉장히 주관적이다.
 
전 회사가 자율 출퇴근제였는데 정말로 프리해서 출근을 8시에 하시는 분도 있었고 출근 마지노선인 오후1시에 출근하시는 분도 계셨다. 이런 환경에 있다보니 나도 조금 더 자고싶은 날엔 푹 자고 맘 편히 출근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10분, 30분을 아깝지 않게 생각하게 되어 하루 이틀 무너지는 날도 생겼었다.
 
그래서 러프하게 잡은 목표이다. 출퇴근 시간을 일정하게 잡고 그 시간을 지키도록 노력할 것, 아침 운동 시간과 저녁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을 것.
 
나름 9-10시 출근을 지키긴 했는데, 그럼에도 일정한 시간에 매일매일 출근하는 것은 지키지 못했다. 다른분들이 늦게 출근하니까, 하며 합리화 하게되고 - 한번 늦게 퇴근하면, 어제 늦게 퇴근했으니까, 하고 그 다음날이 무너졌다.
9시, 9시30분의 차이는 크다. 내가 흘려보낸 아침의 30분을 모으면 꽤 많은 시간이 모였을 것이다.
 
이 습관은 아이러니하게 일을 그만두고 완전히 고쳐졌다. 아예 여유롭지 않은 환경을 내가 강제로 만들어버리니 힘들긴 힘든데 몸이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현재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있다보니 서두를 땐 서두르고 쉴 땐 쉴 수 있다. 나는 강제적인 루틴이 있는 것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런 강제적인 환경에 놓여있지 않더라도 스스로 지키고 싶어서 세운 목표였는데, 실패라고 볼 수 있겠지?
 

2024 목표 - 2. 만남도 배움도 기록해두기, 생각을 글로 쓰는 습관 ⭕️

개발과 관련된 것은 아카이빙을 위해 노션에 바로바로 정리하는 습관은 있었지만,
그날그날 내 감정과 하루 생각정리는 휘발되도록 냅두다보니 지나고보면 내가 어떤 감정으로 그 시기를 보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후로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생각이 많아지면 바로 메모장을 켜서 생각나는 대로 적는 습관을 들였다.
내 생각이 시각적으로 보이니까 복잡하던 것들이 복잡하지 않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땐 과거의 나와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3~6번은 운동 목표를 제외하면 모두 달성했다.
1월 부터 12월 순서대로 올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언제 목표들을 달성했는지 정리했다.
 

[ 1 ] VisionOS 개발

iOS 외의 다른 OS 개발을 병행해본 적이 없어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멀티플랫폼을 개발하게 된다면, 두 OS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도록 디자인시스템 모듈을 설계해보고 싶었는데, 처음 프로젝트를 세팅할 때 VisionOS를 염두에 두고 분리해두어서 올해 상반기에 이를 바로 시도해볼 수 있었다. 결국엔 거의 모든 컴포넌트를 커스텀하지 않고 미니멀한 테스트앱으로 변경되어 디자인시스템을 사용할 일은 없었지만, Tuist를 조금 더 톺아보는데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1월 말에는 VisionOS 출시 이틀 전 미리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회사에서 도쿄에 다녀왔다. 출시 준비중이던 iOS 앱의 일정이 계속 미뤄진 상태라 VisionOS 테스트앱의 크기를 줄여버린 것이 테스트하면서 굉장히 아쉬웠다. 그래도 무엇보다 현장에서 함께 있었던 직원분들, 그리고 테스트 하러 오신 분들 모두 열정이 넘쳐보이셔서 그 현장에 갈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 2 ] 넥스터즈 25기 활동

5월 말 즈음 전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퇴사가 확정되고, 나는 바로 넥스터즈 지원 날짜부터 알아보았다. 일에 적응할 때까진 회사에 집중하고자 미루며 눈팅을 해왔는데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24년 가장 잘한 일을 꼽자면 바로 넥스터즈 25기를 지원한 것, 그리고 그중에서도 모하냥에 합류한 것이다. iOS 팀원은 나까지 두명이었는데 함께한 팀원 덕에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배우는 중이다. 프로젝트에 임하는 자세도 멋지고, 배움을 대하는 자세도 멋진 친구다.

2024 목표 - 3. SwiftUI로 사이드프로젝트 진행하기 ⭕️

입사 전엔 SwiftUI를 사용해본 적이 없다. 전 회사는 SwiftUI로 개발을 해야해서 일년 정도 실무에 부딪히며 SwiftUI에 익숙해졌는데, 제대로 짚어가며 익숙해진 것이 아니다보니 올해 사이드프로젝트를 SwiftUI로 진행해보는 것이 목표였다. 다행히 모하냥 iOS 둘 다 원하는 기술스택이 동일해서 목표를 이룰 수 있었고, 뽀모도로라는 작은 앱에서 Tuist의 TMA based 모듈화를 진행해 볼 수 있었다. 작은 앱이다보니 오히려 쪼개는 것이 한 눈에 보이고 이해가 쉬웠다. (물론 그 과정에선 오래걸렸음 … 나를 기다려준 민석에게 무한 감사)
 

[ 3 ] 취미생활

바이올린 다시 시작, 연주회라는 목표까지

넥스터즈, 취준 외에 내 취미 생활 하나는 즐길 수 있겠다 싶어 어렸을 때 줄곧 해오던 바이올린을 다시 시작했다. 배운지 한달 정도 되던 날 선생님께서 선생님의 첫 연주회에 함께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연주회 날짜가 내가 예상하는 취준 면접시즌과 딱 겹치는 것이 아닌가 ,, 고민을 해봤지만 '일을 벌려 놓으면 어떻게든 다 하니까' 하고 그날 바로 알겠다고 해버렸다. (진짜 연주회 임박해서는 나를 원망했다) 그리곤 정말로 비오티 바이올린 협주곡 No.23 을 세달 동안 연습하고 10월 말에 연주회에 섰다.
공부하다가 졸리면 바이올린을 들고, 면접 준비하다가 하기 싫으면 또 바이올린을 들고, 그 외에도 일주일에 다섯번은 꾸준히 연습했다.
 
연주회가 10월 말이었는데, 이 쯤 최종면접을 보고 연주회까지 마치고 입사날짜가 정해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나 잘한 선택이다. 취준을 하며 목표가 흐릿해지고 흔들리는 날이 많았음에도 변함없이 굳건한 목표였던 연주회 하나가 나를 계속 달려갈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또 바이올린 선생님도 나의 나약함에 도움이 되어주셨다. 레슨할 때마다 더 독하게 해야한다고 귀에 딱지 앉도록 말하고 항상 강인한 모습을 보이셔서 나이차이가 좀 나려나 싶었는데, 한살 차이가 난다. 강한 정신력을 따라하고 싶어졌다.
 
악기 연주는 정말 좋은 취미이다. 취업하면 그만둬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더 큰 목표가 생겼다. 중학생 때 오케스트라 악장을 했었는데 오케스트라 가운데에서 연주를 하는 그 웅장함이 다시 떠올라서 25년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입단을 하고싶어졌다.
지금은 내가 즐겨듣던 바이올린 협주곡들을 하나씩 배우고 있다.
 

2024 목표 - 4. 독서 시작하기 ⭕️

책을 들고다니기 너무 귀찮아서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하고, 책 넘기는게 귀찮고 무거운거 싫은 사람) 핸드폰으로 가끔 소설을 읽다가, 이참에 제대로 독서를 해보자 하고 이북리더기를 샀다.
SF 소설을 좋아해서 수확자 시리즈를 모두 읽었고, 지금은 고양이 시리즈를 읽고 있다.
 

[ 4 ] 첫 독립

처음으로 본가를 떠나 독립생활을 해보았다. 이사 몇 주 전부터 가구 고르고 없는 살림 파악하다보니 너무너무 정신이 없었다. 쉬고싶은데 육체적 노동을 계속 해야했다. 심지어 본가에선 집 구조를 바꾼다고 해서 이사날 본가 짐 나르고, 이사한 집에서도 또 짐 정리를 하고 이사를 두번한 느낌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면역력 바닥쳐서 코로나에 또 걸림)
요리를 시작하려고 하니 집에 간장 소금 설탕 등등 모든게 없어서 주방다운 주방을 만드는데에도 돈이 꽤 들었다. 다 돈이다. 독립생활 간접체험 하면서 절약정신도 생겼다. 이제는 남는 야채 보관에도 거의 도가 텄다. 요리도 이것저것 해보면서 대충 간해도 얼추 맞는 정도가 됐다.
 
이사를 하면서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은 (내 집은 아니지만 ㅋ ㅋ) 공간분리다. 본가에서는 내 개발공간, 쉬는공간의 분리가 되지 않아 집에서의 작업이 너무 힘들었는데, 아예 두 공간을 분리해놓고 분위기도 다르게 해놓으니 취준을 하면서 정말 편했던 것 같다.
 
이직 후엔 본가가 회사랑 더 가까워서 다시 본가로 들어왔지만, 몇년 후엔 다시 내 보금자리가 될 공간이라 조금씩 살림을 더하면서 어떤게 더 필요할지 미리 파악이 되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 5 ] 이직

2024 목표 - 6.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하기 ⭕️

넥스터즈를 수료하고 미루고 미루던 포트폴리오 업데이트를 시작했다. 나름 잘썼다고 생각한 일년 전의 포트폴리오를 보니 정말 부끄러울 정도로 별로였다 ㅋ ㅋ 별로인건 아는데 어떻게 뭘 고쳐야할지 감이 안오던 타이밍에 새싹 때 연이 닿은 코코종님이 이력서 강의해주시는 분을 소개시켜주셔서 그분께 세번의 피드백을 받아 이력서를 완성할 수 있었다. 덕분에 어떤 방향을 잡고 작성해야하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그 이력서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도 완성했다.
2024 목표였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정말 업데이트를 해야할 때가 되어서 목표를 달성했다. 좀 미리미리 업데이트 해둘걸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아카이빙을 꾸준히 한 덕에 필요한 정보들은 금방금방 찾을 수 있었다.
 
11월 과제 , 1,2차 면접에 걸쳐 이직을 했다.
기술면접을 보던 날 분명히 떨어졌겠다 싶을 정도로 덜덜 떨었는데 , 아 안되겠다 미련 버려야지 하다가도 기술면접의 질문들이 하나하나 준비를 많이 해주신게 느껴졌고 iOS 팀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보여서 꼭 가고싶다는 생각이 더 많아졌다.
 
대학생 때부터 IT 창업 동아리를 꾸준히 해와서 그런지 항상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스타트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음 -) 이런저런 구체적인 이유 다 제치고 가장 큰 이유는 팀원들과의 결속력 때문이었다.
아직 근무한지 두달 밖에 안됐지만 표면적으론 다들 독립적인 성향임에도 업무에 있어선 정말 끈끈함이 느껴진다. 피드백도 빠르고 협조적이다. '나도 이런 팀원이 되고싶다' 하는 환경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아 그리고 다시 UIKit을 써야하지만, 모하냥 업데이트에 계속 참여하면서  SwiftUI도 놓지 않으려고 한다.
 

[ 6 ] 혼자서 다녀온 도쿄 여행

스무살 부터 쭈욱 미뤄오던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왔다. 입사일이 정해지자마자 올해 1월 출장으로 처음 다녀왔던 도쿄로 비행기표를 끊었다. 도미토리에서 사귀게 된 대만 친구, 아주 작은 야키토리에서 사장님과 단골손님들과 나눴던 대화들, 도쿄역에서 길을 잃어버려 헤맨 기억 등등 혼자서 몇박을 보낸 덕인지 기억이 더 진하게 남게 되었다.
 

[ 7 ] 등산 외의 취미 발견

최근 오랜만에 스키장을 다녀와서 등산과 스킹을 함께할 수 있는 백컨트리 스키에 관심이 많아졌다.
5년 뒤에는 첫 백컨트리 스키를 일본으로 다녀오자는 새로운 장기 목표가 생겼다. 
매년 한번씩은 스키장을 갔지만 올해는 스키장을 세번이나 다녀올 것 같다.
 
 

아쉬운 점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했다. 3,4월에는 전회사 앱 출시가 코앞이라 바쁘단 핑계로 잠시 쉬었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넥스터즈에 이사 일정까지 몰아쳐 엄두도 못냈다. 결국 이사가 마무리 되고 한숨 돌렸을 때 취업준비를 하며 주3회는 운동을 나갔지만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아 운동에 있어선 아쉬운 점이 많다.
 
 

2025 목표

1. 유산소 운동
올해 유산소와 친해졌으면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장 대실패 한 것이 유산소. 최근 프사오 1개월 회원권이 꽁으로 생겼으니 이를 시작으로 25년엔 혼자서도 유산소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2. 면허 따기
남미를 다녀온 이후로 산을 오르는 재미를 알게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국내 산을 몇번 다녀왔지만 뚜벅이에게 국내 명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기엔 많은 제약이 있다. 25년엔 면허를 따서 등산도 스키도 제약 없이 다니는 것이 목표,
3.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입단
4. SwiftUI 사이드프로젝트 계속 참여하기
 
나머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2024 끝 !